간혹 운명처럼 무언가를 마주해 본적이 있을까요?
스니커즈의 문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모르던 스니커즈와 나의 관계가 특별해지고, 운명과도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스니커즈에 각자의 스토리가 담겨 있고, 담겨진 스토리 때문에 뗄레야 뗄 수 없는 애정하는 운명과도 같은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매일 매일 매장을 기웃거리며 스니커즈를 바라만 보았던 한 학생이,
이제는 스니커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애정하는 매니아로써, 스니커즈의 진가품을 검수하는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탁엑스 코리아의 소수정예 오픈멤버이자, 현재 검수&품질 팀장인 ‘Mike’ 검수자를 만나보려한다.
지금부터 그가 들려주는 스니커즈와 그의 관계, 특별한 스니커즈 팁 그리고 그가 바라는 스니커즈의 문화를 들어보자.
Mike – @theordinarymike
Q.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Mike 입니다. 신발과 의류 등 스트리트 컬처에 관심을 갖게 된 지는 20년이 넘은 것 같네요.
스탁엑스 한국 검수센터 론칭과 함께 합류하게 되어 현재는 검수&품질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내면에 잠자고 있던 스니커즈와 옷들에 대한 열정이 다시금 살아나는 느낌이었어요”
Q.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었는지 궁금하네요.
공교롭게도 군 입대 전 나이키 매장에서 3년 정도 일했던 걸 제외하면,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해왔었어요.
조금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경력이 있는데요,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파일럿들과 가족들에게 한국 체류 시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주는 일이었어요. 집을 구해준다든지, 비자 업무를 처리해준다든지, 생활편의 제공을 해주는 것들이요.
스탁엑스와 공통점을 굳이 찾자면 영어를 주 언어로 하는 업무들(?)이었다는 것 정도인 것 같아요.
Q. 스탁엑스에서 검수자로 함께 조인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전 회사가 많이 어려워졌었어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이직을 알아보던 중에 마침 스탁엑스에서 채용 진행 중이더라고요.
보는 순간 뭐랄까… 내면에 잠자고 있던 스니커즈와 옷들에 대한 열정이 다시금 살아나는 느낌이었어요.
고민 없이 지원하게 됐고,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덕업 일치라고 해야 하나,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된 거잖아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거겠구나!”
Q. 스니커즈를 상당히 좋아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좋아하시게 되셨나요?
학창 시절에 나이키나 아디다스 신발을 신는 친구들이 멋지다고 생각했었어요.
저는 비싸서 신어보질 못했었거든요.
고등학교 등굣길에 나이키 매장이 있어서 지나다니면서 구경만 했었어요.
그런데 언젠가 에어포스 원 로우 캔버스 모델이 나왔는데 소재 때문인지 가격이 저렴하더라고요.
큰 마음 먹고 하나 구매해서 신어봤는데 너무 예쁜 거예요. 그 때부터 마법처럼 스니커즈에 빠져버리게 되었네요.
Q. 본인이 가지고 계신, 혹은 가지고 있었던 스니커즈에서 가장 아끼는 스니커즈를 소개해주세요.
Danny Supa라는 스니커즈에요. 고등학교 당시 덩크 sb가 처음으로 발매됐을 때, 한 온라인 샵에서 판매를 했었거든요.
같이 신발 좋아하던 친구가 이 신발 새로 나오는 거니까 꼭 사라는 말에 한 번 쓱 보았을 뿐인데, 너무 멋있어서 제 머릿속에서 계속 멤돌았어요.
4가지 컬러로 나왔었는데 그 중에 가장 튀는 Danny Supa 모델을 사서 신나게 신었었던 기억이 나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거겠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끔 하는 신발이었어요.
Q. 가장 아끼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일단 기념비적인 첫 컬러웨이들 중 하나였고, 흰색-주황색-파랑색 이라는 당시로서는 엄청나게 파격적인 색 조합이 마음에 들었어요.
기존 덩크와는 다르게 통통한 텅(tongue) 때문에, 발등에 기분 좋은 착용감이 느껴지는 것도 좋았구요.
그 신발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 같은 제 겉모습(?)과는 달리 막상 신으면 코디가 의외로 쉬웠던 것도 한 몫 했어요.
신발 자체로 포인트를 줄 수 있기 때문이죠.
“하루 종일 혹사 당해 발이 부어있을 때, 스니커즈를 신어보며 사이즈를 맞춰보세요”
Q. 그러면, 요즘에 가장 눈에 들어오는 스니커즈는 무엇인가요?
요즘 스니커즈도 그렇고 의류도 그렇고 예전 제품들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맞긴 한가 봐요. 당시 정신없이 빠져있던 그 시절이 그리운 걸 수도 있고요.
요즘은 덩크하이 SB 중에 Ferris Bueller라는 모델에 꽂혀있어요.
화이트-브라운 컬러가 균형 좋게 배치 되어 있어서 은은한 가을 향기도 나고, 텅과 안감에 호피무늬 포인트가 있구요.
여분 끈도 호피끈이 있어서 기분 따라 바꿔 신을 수도 있어요.
최근 들어 덩크 로우가 굉장히 인기가 많은데, 하이도 정말 멋진 신발이라는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덧붙이자면, 신발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아요 – 볼 때만 예쁜 신발, 봤을 땐 별로인데 신으면 예쁜 신발, 그리고 볼 때나 신을 때 둘다 예쁜 신발! 이 모델은 세번째에 해당하는 신발이 아닐까 싶어요.
Q. 스니커즈 입문자에게 알려주는 Mike님의 ‘힙한 스니커즈 고르는 팁’을 공유해주세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멋쟁이들이 많이 오는 동네에서 많이 보이는 신발, 특히 오프라인 발매 같은 경우에 구매 혹은 당첨 수령 하러 온 사람들은 한껏 멋을 내고 오거든요.
그런 분들이 신는 신발을 유심히 봐도 좋을 것 같고요.
스탁엑스 에서 ‘거래량’이 많은 신발을 주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여기서 저만의 팁이라면 특정 모델 명을 검색해서 신발을 고르는거에요
예를 들자면, ‘덩크 로우’로 검색을 해서 흔하지 않는 신발을 고르는 거예요.
제가 같은 신발 신은 사람하고 마주치는 뻘쭘한 상황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해요.
Q. ‘사이즈’ 고를 때 팁이 있으신가요? 하나의 모델을 예시로 사이즈 고르는 팁을 알려주세요!
답변: 일단 제일 좋은 건 매장에 저녁에 가서 직접 신어 본 후 구매하는 거겠죠.
Q. 저녁이요? 저녁에 가시는 이유가 있나요?
저녁에 가는 이유는 하루 종일 혹사당해 발이 부어있는 그때 잘 맞는 사이즈로 사야 그 신발을 하루 종일 신어도 발이 아프거나 하지 않거든요.
이런 상태의 발에서 실제 발의 길이와, 발볼, 발등 높이를 모두 고려해야 해요.
조던1을 예를 들자면 사실 저는 길이만 보면 285를 신어도 괜찮아요.
하지만, 285를 신으면 발볼이랑 발등에 압박감이 들더라고요. 물론 끈을 헐렁하게 맨다거나 하는 식으로 커버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또 전체적인 실루엣이 망가진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래서 저는 290사이즈를 신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끈을 맸을 때 발볼과 발등이 불편하지 않고, 길이도 너무 딱 맞지 않는 정도의 사이즈를 선택하시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게 아닌 이상 먼저 신어 본 사람들의 후기를 참고하는 수밖에 없겠죠.
Q. Mike님께 드림슈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무슨 스니커즈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원하는 건 정말 많은데요, 굳이 하나만 뽑자면 1985년에 나온 ‘조던1 블랙토’ 제품이에요. 색 조합이 정말 멋지기도 하지만,멋진 건 다들 아실 거 같고. 만듦새나 소재의 퀄리티나 실루엣까지 요즘 나오는 조던1, 심지어 85 복각 모델들하고도 또 결을 달리하거든요. Real vintage라고나 할까요. 차로 따지면 빈티지 캐딜락을 타는 느낌일 것 같아요. 조던1 하이 블랙토는 두가지 버전이 있는데요, 리트로가 여러번 됐었던 일반 버전은 텅이 흰색이구요, 검정색 텅으로 나온 PE(Player Exclusive)버전이 있어요. 그 PE버전을 갖고 싶은데… 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스니커즈에 ‘그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양한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스니커즈 매니아 입장에서, 스니커즈 문화가 어떻게 되어졌으면 하는지 희망하시는 바가 있으실까요?
처음에는 리셀 문화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왜 이걸 이렇게 비싸게 사야하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이 문화에 빠져 있다보니 느껴지는 것이 있었어요. 여기에서 말하고 있는 가격은, 단순히 가격이 아닌 사람들이 부여하는 가치라는 것을 수치화 시켜놓은 것이었어요.
스니커즈에 ‘그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양한 것 같아요.
컬렉팅을 하는 사람이 있고, 리셀로 사고파는 사람이 있고, 열심히 신는 사람이 있겠죠.
그게 꼭 하나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희망하는 바는 유행이나 대세 신발에 너무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멋을 찾아가는 도구로 스니커즈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같은 신발이라도 어떤 사람이 어떤 스타일에 신었느냐에 따라 느낌은 천차만별로 달라지니까요.
스니커즈의 가치를 중요시 생각하는 ‘Mike’ 검수자.
그가 말하는 것 처럼, 모든 사람들이 부여하는 가치는 다르듯이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스니커즈에 대한 폭도 넓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인기 있는 스니커즈를 사랑함으로써 트렌드를 따라가기도 할 수 있지만, 본인의 운명과도 같은 스니커즈를 찾으면 어떨까?
‘자신만의 가치’를 스니커즈를 통해서 보여줄 수 있다면, 또 다르게 나만의 ‘멋’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